- 카테고리 없음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내가 울 때 왜 너는 없을까 배고픈 늦은 밤에 울음을 참아내면서 너를 찾지만 이미 너는 내 어두운 표정 밖으로 사라져 보인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이름을 부르면 이름을 부를수록 너는 멀리 있고 내 울음은 깊어만 간다 같이 울기 위해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지만 신달자, 너의 이름을 부르면
- 카테고리 없음 이제 깜빡여야만 당신이 와요 추억하는 건 늙지 않기 위해서죠. 훗날 당신 돌아왔을때 바로 나 알아볼 수 있도록 그 찰나를 위해 내 여생을 바치고 있죠. 바라 보는 것만으로 당신 가둘 수 있었던 내 눈 이제 깜박여야만 당신이 와요. 추억은 고통스러운 문장이지만 주인공이 사라지는 건 비극보다도 더 비극적이죠. 당신 모르겠군요. 하루에도 수백 전 눈 질끈 감는 새 버릇을요. 당신의 뒷모습을 잡아둘 방법은 나를 빨리 늙게 하지만, 오늘도 눈 질끈 감고 당신 뒷모습을 외워요. 눈주름이 당신을 동여매고 있네요. 내 눈물 쓰어주던 당신 손등도 내 표정을 쥐고 늙고 있나요? 차주일, 새 버릇
- 카테고리 없음 끝, 하고 외치면 세상이 조금 환해질 텐데 끝, 하고 발음하면 자연히 웃는 입 모양을 하게 된다 그래서 웃을 줄 모르는 아이에게 웃는 법을 가르칠 때 끝을 발음해 보도록 하면 좋다 자, 끄읕, 해 보렴 입술을 양쪽으로 살짝 당겨 봐 빨랫줄의 양 끝을 잡아당기듯 그 빨랫줄에 하얀 시트를 걸어 널듯 멍의 가장자리를 가위로 오리며 층계참에서 우리는 끝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면서 끝처럼 서 있잖아 끝이라는 말은 언제 내뱉어야 가장 예쁠까, 아마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순간 다 같이 치이즈 대신 끝, 하고 외치면 세상이 조금 환해질 텐데 이런 생각을 했을까 기어코 웃고야 마는 네 속에는 끝이 많구나 알약을 털어 넣는 순간 뒤로 꺾이는 목의 각도로 끝과 끝이 서 있는 곳에서 문보영, 끝
- 카테고리 없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콧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 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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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메리크리스마스 게시글 10개를 올려도 아무도 오지 않는 집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
- 카테고리 없음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
- 카테고리 없음 당신은 모른다. 당신은 모른다. 마음에 여유라고는 찾아 볼 수 없던 내가 당신을 껴안기 위해 얼마나 팔을 뻗어야 했는지 무엇을 놓아야 당신을 더 꽉 잡을 수 있을까 싶어 가진 것을 모두 손에 올려놓고 얼마나 버려냈는지 모른다. 당신에게 별일 아닌 것이 나에겐 귀했으며 서로를 만나기 전 삶이 우리를 밀어낼까 불안해 며칠 밤을 세웠다는 것을 모른다. 당신은 나를 그냥 이기적이고 감정에 충실한 사람으로 보지만 당신을 바라 볼 때 내 눈빛이 어땠으며 말투는 또 어땠으며 마음은 어떤 채도였으며 왼쪽 어깨가 얼마나 젖었는지 모른다. 당신이 내 마음을 모래 알갱이 만큼이라도 이해 할 때면 우린 남이 됐을 거라는 것 또한 모른다.
- 카테고리 없음 외롭다는 것은 외롭다는 것은 내가 너무 많거나 적다는 뜻이다. 연인은 나의 결핍을 채워주고 나의 과잉을 떼어간다. 사랑할 때 우리는 식물의 마음을 알게 된다.
- 카테고리 없음 둘 사이의 공백 불면을 건너면 불안 죽고 싶은 것과 살고 싶지 않은 것은 달라요 둘 사이의 공백을 견디는 게 삶이죠 약을 먹으면 인생은 다시 좋아질 테지만 가능성이란 불가능한 광년 너머에나 있는 것 보세요,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구름이 방 안에 가득 해요
- 카테고리 없음 어제, 모든 것은 더 아름다웠다. 어제, 모든 것은 더 아름다웠다. 나무들 사이의 음악 내 머리카락 사이의 바람 그리고 네가 내민 손 안의 태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