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연습이다 #글렌커츠 #glennkurt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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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 같았다. 더 넓은 곳으로 내던져지는 기분이었다. 목적과 이렇다할 노력 없이 살아온 나에게 난생 처음 혈기도는 좌우명이 생겼다. 신선하고 어쩌면 황홀한 자극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미 유명한 가수나 연주자들을 볼 때에 그들과 나의 단순한 실력차이에만 집중했던 나는 그들의 재능, 타고남을 질투했으며 쉽게 내 가치를 제한했다. 그들의 지독한 노력과 헌신 같은 건 생각 해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나는 그들이 가진 모습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한마디로 수확의 계절의 막바지에 벌이는 축제 같은 것이었는데, 씨를 뿌리고 시간과 공을 들여 수확을 기다리는 글렌 커츠의 ‘연습’에 대한 태도는 지금까지 누구보다 나태했던 나를 너무나도 부끄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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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인상 깊었던 점은 글렌의 음악에 대한 태도 그리고 연습에 관한 정의였다. 글렌 커츠는 음악을 사랑했다. 그러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었다. 음악에게 온 정신과 마음이 지배당하는 사람. 그리고 본인을 향한 기대와 자신감이 굉장히 컸다. 나는 늘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언제나 빛난다고 느껴왔다. 특히 예술가에게 자신감이란 마치 기본소양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항상 스스로에게 실망했고 내 가치를 스스로 낮췄다. 하지만 글렌 커츠를 보며 깨달았다. 내 자신감과 목표가 클수록 더 기회가 생기고 더 준비하게 되고 더 넓은 세상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어릴 적 근거 없는 자만감이라 말하지만 그가 어릴 적 부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없었다면 같은 재능이더라도 그가 이뤄낸 것들 중 반 조차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이 후에 그에게 다가온 슬럼프 처럼 내게 더 큰 상실감을 준다고 해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무기력한 일생보다 훨씬 가치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는 항상 미래지향적이었다. 더 나은 자신과 더 나은 음악을 위해 늘 고민했다. 타고난 사람이었지만 멈추지 않고 노력했다. 이것이 음악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였던 것이다. ‘음악’을 하기 전에 일단은 내 마인드부터 고쳐야 했다. 강제적으로 라도 낙천적인 방향으로 생각했다. 내 가능성을 내가 판단하고 쉽게 죽여버리지 않으며 스스로 제한을 두지 말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되자는 다짐. 나를 믿어주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완전히 반대로 살아온 터라 많이 멈칫거리긴 하지만 또 다시 스스로가 객관화 되려 할 때 부질없다, 소용없다며 무력해지는 버릇을 고치고 다시 몸을 일으켜 위의 다짐을 상기시킨다. 매번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글렌의 말처럼 매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연습하고 매번 음악을 향한 사랑을 연습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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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실수를 연습하는 거야."
" 우리가 겪는 상실감은 현실이다. … (중략) 당신은 저 앞에 뭐가 더 있는지도 모르고 포기해야 한다. 다음에 찾아내는 것이 혹은 당신이 다음에 되어야 하는 것이 만족스러울지 어떨지도 모른 채 포기부터 해야한다. 아무리 싫어도 결국에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시간이, 인생이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어제나 작년, 20년 전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은 오늘의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 들리고 느끼고 포착할 수 있는 음악을 연주해야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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